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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풍류 기획초대

강산풍월

 

2015. 5. 28(목)-7.02(목) Opening 5.28 pm6:30

515갤러리(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72-3) 062+654+3003

실경

진경을 지나

심경으로,

연애된 풍경에 대하여

 

 

풍경은 날마다 변화한다. 풍경을 바라보는 주체가 말을 거는 방식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타임라인을 지나며 새로운 풍경들과 어제의 풍경이 끊임 없이 겹쳐진다. 20155강산풍월江山風月이라는 이름 으로 시작하는 전시는 작가 조풍류가 대면하는 외부로서의 풍경을 낯선 것에서 친숙한 것으로 만들며 자신의 세계 안에서 재구성하는 과정을 관객들과 나누기 위한 공간으로 꾸려졌다.

그림에 등장하는 공간은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인왕산 그리고 남산과 같은 서울의 산들과 여수와 진도의 밤과 낮의 모습이다. 느릿하고 고요하게 정지된 낮의 화면 위에는 푸른 풀밭과 고랑이 패인 맨땅, 붉은색 황토흙과 소나무 숲, 아늑한 강줄기가 감싸는 산 아래 마을, 막 피어오르는 구름 의 순간적인 느낌이 테두리로 구분짓지 않은 흐릿한 경계로 하나의 풍경을 꾸려내고있다. 그림 <진도-소포리>를 가득 메운 푸른 빛처럼 사물의 본래 색을 감추고 달빛의 그림자로 각각을 공평하게 물들인다. 그의 작품이 자연에 순응하는 착한 경치라고 불려지며 친숙함으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강산풍월전에서 유독 인상적인 그림은 새벽녘과 노을의 풍경을 그린 그림들이다. 곧 사라져 다시 만나기 위해 내일을 기약해야하는 짧은 시간이지만 돌가루 와 흙가루로 두텁게 표현된 그림 속에서는 마치 영원한 순간이 될 것 처럼 약속된 우정이 느껴진다. 고갯마루 앞에 서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화첩에 담는 작가의 마음은 풍경과 깊게 사귀고 있었으리라. 이 진지한 교감의 과정은 연애와 무척 닮았다.

나에게 그림이란 다름 아닌 인간이 삶의 여정에서 얻은 깨달음과 사색을 통해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자신의 내면에 축척되고 체질화시킨 다음 그 삶의 흔적들을 끄집어내어 화면에 잘 드러내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가 바라본 생생한 자연의 실경實景은 작가의 심안을 매개로 주관적으로 해석된 진경眞景으로, 진지한 교감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 심경心景을 지나 명징한 깨달음의 경지를 그린 선경仙景으로서 존재하게된다. 풍경 속에 가 담기고 속에 풍경이 담기는 것이다. 과거 선조들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이라 불렀다.

작가 조풍류는 화가이자 동시에 인간문화재 정화영에게 판소리고법을 사사받은 북재비이기도 하다. ‘강산풍월전이 시작되는 528일 저녁, 작가는 그가 그린 연애된 풍경들 앞에서 때로는 새벽녘 곧 사라질 시간의 예민함처럼, 때로는 돌가루와 흙가루의 다부진 우정처럼, 소리하고 흥을 부린다. 광주에 처음 선보이는 그의 흥의 변주가 관객들로부터 진지 한 교감의 계기를 마련하게 할 것을 기대한다.

 

515gallery 관장 이승찬